백두대간

(2009.12.18/20)대관령 그 칼바람의 노래...[백두투엘브 제8구간을 기리며]

interior/인테리어 2009. 12. 21. 16:58

 

 

우리가 그 길을 떠나던날...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한파가 밀려왔습니다...

저희 살고있는 서울 도심은 영하12~3도로 그렁그렁 하다지만...

백두투엘브길의 제8구간 진고개거쳐 대관령넘어 백봉령까지의 산길은 GPS상 최저 영하29도...

체감온도는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예상되는 실거리 70여키로에 산행시간 30여시간...

제가 할수있는 일이라곤 허접하리만큼 준비된 알량한 동계장비에...

그저 자비를 베풀어줄 신께 간구하는 기도뿐...ㅋ

 

 

 

 

 

 

그 진혼곡의 서막을 열고...

사당에서 출발한 우리들은 들머리 진고개에서 새벽4:00 산의 문을 두드립니다...

들머리를 넘어 서로의 가쁜 호흡을 섞고 오름짓 하는동안...견디기 어려운 모진 추위와 세찬 바람... 

밀려오는 잠은 오히려 행복이고 배부른자의 해섪은 소리...온몸에 한기가 스며들어 가슴까지 오그라지는 형국...

이대로 주저앉을수는 없고 물러설수도 없음에...비척대며 아슬아슬한 산길을 힘겹게 버티고

예정된 행로를 위태롭게 라도 애써 걸어봅니다...ㅋ

 

 

 

 

 

다행이라면 그 모진날의 대관령을 앞두고 작고 초라하지만 진정 값진 대피소를 만납니다...

겨우 열여덟 우리들이 선채로만 들어설수 있는 작은공간...

만약 이라도 없었다면?...다시 생각조차 하기싫습니다...

누구랄것도 없이 먼저 버너와 코펠을 꺼내 불을 켜고 물을 덥혀 가져간 라면을 끓이고... 

콧물을 빠트려가며 차갑게 식은 몸과 마음을 덥혀봅니다...

독배를 마셔야한데도 따뜻한 것이라면 주저없이 마셔버릴 기세로 우리는 허기진 온기를 채우고...

다음 걸어야할 길을 예비하지요...

 

 

 

 

 

광풍노도와 같이 불어대 마치 도살장 끌려가는 황소울음 소리처럼 들리는...

그 모진 바람에 삐쭉 고개를 내밀다 중천에 오른 아침 햇살도...

허리 잘려나간 갯지렁이 팔자 몸짓마냥 힘없어 보임이 애처롭기만 하고...

호된 자연의 준엄함에 민달팽이 서리 맞은꼴만큼 우린 아마도 넋이 나갔을껩니다...

그나마 작은 마음의 위로라하면 틈틈이 비춰지는 산길의 아름다움...

영상으로 담기도 정말 벅찬 일이더군요...왜냐구요?...손가락이 떨어져 나갈것 같아서요...

안면 마스크엔 성에가 내리고 눈섶에 영그는 서리꽃에 앞을 가늠하기도 쉽지 않으니...

얼마나 혹독한 추위와 바람인지 상상해보셔요...ㅋ

 

 

 

 

 

 

지금 생각해보면 저토록 빼곡히 심겨있는 풍력발전기가 왜 그곳에 세워져있는지 이유를 알만도 합니다...

얼마만큼 바람이 센지를 얘기하자면...하의 기능성 내의에 기모 바지에 충분 하리라던 제 기대를 한순간에 날려버린...

그야말로 중요 부위가 다 얼어옴을 느낌에...핑계나 변명조차 할수없는 끽소리 못할 두려움...

밀려오는 당혹감에 면목없이 머리만 내저을 밖에요...

정말 대단한 바람입니다...ㅋ

 

 

 

 

 

 

이리도 힘겨운 날이면 자연에게 몰염치함으로 산문을 연 우리들에게

준엄하게 던지는 말없는 경고와도 같아 마음이 편치를 않습니다...

하지만 의식을 치루듯 사계를 넘나드는 저희의 백두투엘브 도전길에...

억지변명 처럼이라도 산에 대한 예를 갖추어 산의 마음을 달래고 싶습니다...

난생 처음 맛보는 코가 시리도록 아픈바람...

그러나 이자리에서 바라보는 산세와 또 가슴시린 상고대는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이니 그것참 아이러니 하지요?...

보시는듯 멀리 보이는 산세가 어찌 그리 고혹적인지요...세상살이 쉽게 얻을수있는 것은 정녕 없는가봅니다...ㅋ

 

 

 

 

 

 

 

대관령을 지나고 삽당령을 지나 꼭24시간 산행후 한시간 남짓 몸을 뉘였습니다...

맥주 몇잔으로 잠을 청했지만 눈만 감는 가면상태...

따끈한 아침상을 받고 기력을 모아 오전7시 둘째날의 산문을 두드리며 화이팅 해봅니다...

여전히 심한 추위와 바람...이제는 지겹기 까지한 바람의 소리를 애써 외면하며 걷다보니 석병산입니다...

한장의 멋진 사진을 남기기위해 반대편 봉우리로 올라 멀리서 한컷 잡아봅니다..

자연의 정교한 레이져 컷팅 기술로 마무리된 신기한 일월문도 못보았지만...

산우님들을 위해 이곳에서 얻은 사진도 값진 저만의 선물이지요...

그놈의 모진 바람이 어찌나 거세던지 겨우 너댓명 올라서면 꽉찰 봉우리에서...

몸이 날릴 정도로 중심잡기가 어려워 잠시나마 두려움이 앞서더군요...

겨우 나뭇등걸에 의지해 사진 남긴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놀라 풀린 다리를 남모르게 곧추세우며 내려오니 정말 기가 찰 지경입니다...ㅋ

 

 

 

 

 

 

그래도 시간은 흘러 태양이 온전히 떠오르고 초생달을 보고 또 태양을 맞을즈음...

우리가 그 추위에 종종거리며 걸은길은 그 거리에 거리를 더해...

이제 완주를 향한 벅찬 희망을 갖게 만들어주니 그것참 묘한 일입니다...

이제 중천을 지나 오후로 접어드니 날머리 백봉령 까지는 기껏(?) 몇시간 정도 남았나봅니다...

매운바람 견디기힘든 추위에 더디기만한 시간도 결국 지나가네요...

리처드대장님과 홍수아총무님의 모습에도 이젠 한결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ㅋ

 

 

 

 

백두길에 대한 갈증에 목말라 한달을 기다려 같은날 같은길을 걸은 우리...

세상태어나 다시 맛보지 못할날의 모진 추위와 서슬퍼런 칼바람에...

비록 찢기우고 상처받은 몸과 마음이지만...

그래도 같이 극한의 정신으로 완주의 기쁨을 맛보는 희열을 공유할수 있었슴에...

이 영광을 같이한 모든 대원님들과 오래도록 나누고 싶습니다...

되짚어보면 다시 못할 극한의 백두투엘브길 대관령구간 이었슴을 솔직히 고백하며...

혹 다시 기회가 된다면 제발 요번 같은 날씨만 아니길...ㅋ

 

백두투엘브라는 우리들 나이에 상상키 어려운 도전 과제로 시험에 빠뜨리신...

1대간9정맥의 중심 리처드대장님의 수고와 봉사...

더불어 완벽한 리더슆,빈틈없는 리딩에 정녕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또한 대원들의 끈끈한 유대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신뢰만이...

이 어려운 제8구간 대관령을 넘을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나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중도 포기한 대원님들의 용기있는 결단에 감읍하며...

지나고 나니 또 잊혀질 고단함이었기에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리처드대장님이하 후미고생하신 하늘제비대장님...

또 이 추위에 자기희생으로 달려와주신 지원조 내맘이야님,히야신스님...

궂은 뒷살림 알뜰살뜰 챙기시고 후기까지 애쓰시는 우리들의 특별한 홍수아총무님...

또 같이한 전대원님들 함께여서 정녕 행복했구요... 모다모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완주후 조촐한 술파티로 송년을 대신함도 소박하지만 더욱 정겨웠어요...

이제 백두투엘브 제9구간날을 기다리며 그동안 대원여려분 강건하소서...ㅋ

백두투엘브 화이팅!!!!........아자아자 빠샤!!!! 

 

 

 

추신 : 산행후기중 곁들인 사진중 마지막 컷은 함께한 에필로그님 작품입니다...

          글에 소중히 쓰였음을 감사드리며 혹독한 날에 작품사진 남겨주심 거듭 감사말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