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스크랩] 아름다운 도전 - 하프마라톤

interior/인테리어 2010. 5. 13. 22:50

 

아름다운 도전 - 하프마라톤

 

뛰지 않으면 길은 줄어들지 않는다.

가슴으로 풀어내지 못할 오랜 꿈을 꾸고 있었던게야.

그냥 앞을 향해 뛰어야만 했다.

 

내가 살아온 인생처럼..

준비없이 뛰었다.

10km는 뛰어본 적 있지만 하프마라톤 코스를 뛰어본 경험은 없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다.

부디 아름다운 도전이기를 기원한다.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하는 마라톤대회..

유월...

초여름의 태양이 숨을 턱턱 막는다.

내가 과연 완주 할 수 있을까.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초조함이 더해간다.

 

출발.....

세상을 향하여

미래를 향하여....

날씨가 더운 탓인지

처음 2km가 벌써 지겹게 느껴진다.

이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을까...

중간중간에 비치된 급수대에서 물을 두컵씩 벌컥벌컥 마셔댄다.

초반 레이스가 평탄하지 않아서 두려움이 섞인다.

 

양재천에서 열리는 제 1회 강남구청장배 마라톤대회...

영동 6교에서 시작해서 과천까지 달려갔다가 다시 탄천을 끼고 송파까지 돌아오는 코스다.

 

7km지점을 지나면서 심리적인 갈등이 극에 달했다.

10km만 뛰고 그만 둬 버릴까....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간다.

급수대에서 핑계삼아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물을 마셨다.

뾰족뾰족 올라오는 갈등을 재우기가 쉽지않다.

 

미래를 봤다.

아직 길이 멀다.

여기서 멈출수는 없다.

 

12km를 넘으면서 심리적인 갈등은 제풀에 꺽여서 포기했나보다.

끝까지 뛰어야만 한다.

그러나 체력이 소진되었다.

그래도 앞으로만 가야한다.

그 어떤 이유나 변명이 필요없다.

 

15km지점에서 달리고 있을때...

장애우 한 분이 도우미와 같이 헉헉거리며 나를 앞질러간다.

눈을 감고 이 긴 거리를 무슨 생각을 하며 뛰고 있을까.

자신에게 운명처럼 씌여진 장애를 불평하기 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을게야.

다시 힘을내자...

내 자신에게 씌여진 벗을 수 없는 장애는 무엇일까.

어쩌면 나는 내 자신의 장애를 알지도 못한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내게 주어지는 수 많은 갈등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체 그냥 앞으로만 뛴다.

 

1km 정도 남았을까..

자꾸 뒤돌아본다.

앞으로만 달려도 에너지가 모자라는데 왜 뒤를 돌아보는걸까.

긴 거리를 달려온 자신이 대견스러워서일까.

그건 아니겠지...

얼마남지 않았다.

무사히 완주하고 싶은 욕망이 앞서서 일게다.

 

드디어 도착했다.

2시간 16분 38초..

전문 마라톤 선수들의 풀코스 완주 기록에 조금 못미치는 기록이다.

처음부터 기록을 의식한 달리기가 아니었다.

완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느낌표를 달고 싶었을 뿐이었다.

잠시 자신에게 씌였던 고통이 끝났다.

잠깐이나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이 행복감을 맛보기 위하여 달리는걸까.

그렇다면

잠시 느끼는 행복감보다는 고통의 시간이 너무길다.

그래도 행복하다.

 

같이 달렸던 동료와 함께

오랫동안 긴 이야기를 이어 갈 것이다.

함께한 고생이 맛깔스럽다.

내가 힘들때마다 기억해 내고 싶은 잊을수 없는 맛이다.

 

 

아름다운 당신..

수고했습니다...

 

 

발가락이 터지는 아픔쯤이야 견딜만하다.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느꼈던건 아닐까.

참 소중한 몸이다.

더 잘 챙겨야겠다.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도

마라톤 뛰시는 사람들 못지않게 아름다운 하루였다.

그들이 내어놓는 막걸리와 부침개에

힘든 하루가 녹아든다.

 

하프마라톤은

힘든 도전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도전으로 기억 될 것이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묻지말고 뛰어야하나 망설여진다.

 

그래 닥치는대로 하는거다.

 

 

 

 

* 일     시 :  2008년 6월 14일, 14:30

 

* 장     소 : 양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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