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산행

[스크랩] 설악산 - 토왕성폭포

interior/인테리어 2009. 2. 24. 12:11

설악산 - 토왕성폭포

 

땅의 기운이 왕성하지 않으면 기암괴석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오행설에 유래하여 이름을 얻었다 한다.

신광폭포 또는 선광폭포라고도 불리는 토왕성폭포는 설악산 3대 폭포로서 그 길이가 320미터에 달한다.

이쯤되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포라고도 할 수 있다.

 

외설악 깊은 골짜기에 움츠리듯 비경을 감추고 있는 토왕성폭포는 일년에 단 이틀만 일반인에게 산문을 연다.

간간히 이름만 들었던 그에게 안부를 여쭙기 위하여 우리는 설악동에서 개울을 건넌다.

이제 봄기운이 완연하다.

물소리도 부드럽고 그 차갑던 돌멩이도 이제 긴장을 푼다.

 

 

겨울의 자존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을까.

바람이 제법 세게 불어온다.

그렇지만 시간의 흐름을 역행 할 수는 없었는지 차갑기 보다는 귀엽다.

 

토왕성폭포 오르는 길에는 육담폭포, 비룡폭포..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를 설레게했던 많은 폭포들을 만날 수 있다.

아직 겨울을 털어내지 못해서 빙폭이 진 가운데 군데군데 가슴을 열어 힘차게 물주기를 쏟아내었던 멋진 폭포 였음을 보여준다.

 

 

일년을 손꼽아 기다렸던 사람들이

이틀만에 이 골짜기에 다 몰려들었으니 토왕성 골짜기는 소화불량에 걸렸다.

올라가는 사람,

내려오는 사람,

길이 트이지 않는다.

처음 얼마동안은 그려느니 생각하면서 잘 참았는데 갈수록 태산이다.

가끔 짜증이 섞여 나온다.

이 아름다운 골짜기에 인간의 욕망과 질투가 빚어내는 짜증을 내어놓는다.

산은 아는지 모르는지 대답이 없다.

 

 

 

 

골짜기가 깊어질수록 산행도 차츰 빨라지고 조금씩 비경이 열린다.

사람들의 인상도 펴진다.

그들의 마음도 유순해진다.

그러나 저러나 산은 아무렇지도 않다.

 

 

 

 

멀리 토왕성폭포 상단이 보인다.

짧은 탄성이다.

도저히 폭포가 있을거 같지 않은 산봉우리에 폭포가 닿아있다.

저 많은 물주기를 어디서 얻어올까.

하늘에서 커다란 고드름을 내려놓았다.

아니다....

설악산 산신이 그 힘찬 기운을 모아 하늘을 향해 얼음 기둥을 세워놓았다.

 

 

 

 

 

골짜기를 따라 깊이 들어갈수록 신성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토왕성폭포는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가 감추고

다시 꺼내 놓았다가 숨기기를 반복한다.

그만큼 더 우리는 당신곁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일년중 이 계절을 빼고는 도저히 접근 할 수 없는 길을 오른다.

우리는 토왕성에서 내린 물주기가 얼어버린 그 길을 밟으며 토왕성폭포를 향한다.

토왕성에 가장 가깝게 접근 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이 계절뿐이다.

주변은 석가봉, 노적봉, 문주봉, 보현봉, 문필봉등 첨예한 기암괴봉들이 급경사를 이루고 병풍처럼 둘러 싸 있기 때문이다.

설령 그 봉우리 정상에 이르러서 토왕성폭포를 알현한다 하더라도 가까이 볼 수는 없는 곳에 3단폭포로 이루어져 있다.

 

 

 

3단 폭포 가운데 제일 하단은 우리가 기어 오를 수 있다.

중단 바닥에 이르면 더 이상 인간에게 문을 열어주지는 않는다. 

거기서 하늘을 보고 탄성을 지르고 거대한 빙폭의 기운에 눌려 잠시 나를 잊는다.

 

 

별난 인간들은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그 빙폭을 오른다.

일년에 한번씩 개최하는 빙폭 등반대회이다.

 

여기까지 올라 온 사람들은

누가 일등을 하는지.. 왜 빙폭을 오르는지 관심이 없다.

자연 앞에서 앙탈을 부려대는 인간의 모습이 나약하고 초라해 보일뿐이다.

 

 

 

산벗들과

기념촬열을 한다.

토왕성...

그 깊은 골짜기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어깨를 들썩이며 잘난척했다.

 

설악동에 원점회귀하면..

반대편쪽으로 멀리 울산바위가 내려보고 있다.

그의 은은한 실웃음은 어떤 의미였을까..

수고했다.. 뭐 이런 웃음은 아니었겠지.

 

노적봉을 올려다 본다.

노적봉 봉우리 저 넘어 골짜기에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토왕성폭포가 몸을 감추고 있다.

언제...

노적봉 봉우리 정상에 올라 토왕성폭포의 그 장엄한 옷자락을 감상 할 날을 그려본다.

멋진 자연에서의 하루는..

나에게 항상 아름다운 기운을 듬뿍 실어준다.

 

* 일      시 : 2009년 2월 7일(토)

 

* 산행로 : 설악동 - 육담폭포 - 비룡폭포 - 토왕성폭포 (원점회귀)

 

* 산행시간 : 4시간(정상적일 때는 2시간 정도)

 

출처 : PGAGOLF
글쓴이 : 桃溪도계 원글보기
메모 :